North America/USA

미국, 첫 방문

소신의삶 2023. 2. 15. 21:27
반응형

내 인생에 미국 방문은 한번은 있을까 싶었다.

왠지 안땡겼다고 할까. 일전에 중국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은 너무 넓어서 우리 내부만 챙겨도 힘들다. 바깥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이 말은 즉슨, 중국인이 외국 사정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부족하단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어찌보면 일리있겠다 싶었고 미국도 그렇겠지 싶더라.

어쩌다 보니 기회가 되서 미국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다녀온 소회를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사견임을 밝힌다.

1. 물자가 풍부하다. 그래서인가 아낌이 없다. 물컵은 왜이리 크며 음료수는 또 이 컵에 담아주느라 얼마나 많이 주며, 이걸 그대로 마시다간 혈당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다이어트 코크나 제로코크를 마시게 된다. 플라스틱 비닐을 맘대로 쓰거나 재활용 표시는 있으나 맘대로 버려도 되는, 아무리 전세계가 ESG 한들 미국이 안하면 소용없다는 혹자의 말이 맞구나 싶었다. 또한 호텔 샤워기 수도꼭지는 온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수량을 조절할 수는 없었다. 그냥 틀자마자 물이 콸콸 나오기 시작하고 온도만 조절한다. 우리나라 목욕탕처럼 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2. 커도 너무 크다. 펠리세이드는 미국에서 Mid Sized SUV 라더니 맞았다. 국토가 넓어서인가 차도 엄청크고 내연기관 엔진이 부릉부릉 거리며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다닌다. 그래서인가 아이러니지만 테슬라 같은 전기차도 탄생하는 것 같다. 유럽에선 건물을 따닥따닥 붙여 건물과 건물 사이는 공간이 없다. 근데 미국은 건물과 건물을 띄운다.

3. Zoom 같은 서비스가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척박한 미팅 환경. 다른 회사를 방문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가 한시간은 또 밖으로 나가야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시카고에 있다고 했지만 막상 가보면 시카고 외곽의 조그만 도시에 있는 것이다. 공항은 당연히 도심에 없다. 그러니 업체 하나 만나려면 아침 8시 비행기를 타서 점심 즈음 또는 오후에 미팅을 하고 나와 4-5시쯤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본거지 공항에 내리면 공항에서 빠져나와 숙소로 가는데만도 한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피곤한 일정이 된다. 과연 Zoom 을 개발한 사람도 그런 니즈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4. 펜타닐 구하기가 매우 쉽다고 한다. 1-2불 주면 된다는데 그렇기에 길거리에 좀비 같은 사람, 진짜로 있다. 코로나로 주거비용이 올라가며 늘어난 홈리스. 뭔가 웅장하고 거대하게 잘 다듬어진 대리석 건물 앞에는 보행자는 없고 대마초에 취한 보행자나 노숙자, 코를 찌르는 대마 냄새…도심의 건물은 매우 잘 건립되어 있지만 정작 공실도 많은 상황. 주거를 위해서는 도시를 빠져나가 밖에 살아야 한다는 것. 학교는 점수가 매겨져 있고 학군이 좋은 곳에 가서 살아야만 한다는 것. 필연적으로 돈을 잘 벌어야 월세 잘 내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것.

5. 50개 주가 모여 50개 국가가 있는 것 같다. 주 별로 제도가 다르고 문화나 분위기 자연환경도 다르다. 유럽에선 겨울방학때 스위스 같은 곳에 간다면, 여기는 겨울에 위스콘신으로 오세요 광고가 있다. 즉 미국 안에서는 세계여행을 하듯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왜 미국 밖을 나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서두의 중국인이 말한것과 유사하다.

6. 엄청난 팁 문화. 기본이 18%이다. 게다가 일단 체크 받아 카드를 주면 결제를 하고 가져오는데, 영수증이 2개다. 하나는 Customer copy, 다른 하나는 Merchants copy. 즉 머천트 카피에 팁을 얼마줄지 쓰고 그걸 책상에 놓아두면 이미 결제한 내 카드 정보를 활용해 팁을 추가 결제한다. 팁은 매우 좋은 것이기 때문에 주는 것 자체는 좋지만 18%는 좀 많지 싶다. 뭔가 손이 큼직큼직 한것 같다. 팁 받으면 그날 일한 사람들이 나눠가져가긴 하겠지만.

7. 교양이란 무엇일까? 미국식 영어에 익숙치 않은 나는 미국인들의 독특한 말하는 방식에 적응이 어려웠다. 어느정도 규율이 있는 호텔 리셉션에서 당신의 직업은 무엇이냐를 묻는 질문은, 이건 사교 영어인가 생각이 들어야만 답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단어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추임새나 미사여구가 있어서 본질의 메시지를 뽑아내는데 다소 머리가 버벅 대기도 했다. 공항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내가 유럽에서 보던 사람들과는 역시 모양새가 약간 달랐다. 그냥 둘이 세워놓고 보면 유럽 사람은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면 미국인은 헤이 버디 허? 이런 양식을 띄고 있는 느낌이랄까?

8. 입을 다물고 이야기하는 영어. 들리지가 않는다. 미국인이 미국말을 해서 그런가 싶더라. 독일인이 말하는 영어. 프랑스인이 말하는 영어 이태리 사람이 말하는 영어. 체코인이 말하는 영어. 모두 또박또박 간결한 대화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데, 미국인은 어딘가 나한테 막힌다. 듣다모면 놓치기 일쑤. 내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영국 사람이 하는 영국 영어도 비슷했던거 같기도? 암튼.

9. 뭔가 비효율적인 나라이다 보니 효율을 추구하는 몇몇 기업가가 세상을 놀라게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을 하는 국가.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국가. (쉽게 말하면 우리는 우버 없고 구글맵도 없지만 여긴 다 있다.) 그래서 한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 하지만 치안과 주거 환경을 제대로 세팅하려면 돈이 많아야 하는 나라.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나라.

이 정도로 소회를 마친다.

반응형